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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독백

황혼의 독백 / 자향 누군가의 등에 기대어 이야기하고 싶어 지는 날이 있다 살아온 날보다는 살아갈 날들을 희미하게나마 바라보는 너무 긴 날이 남아 있으면 어쩌나 하면서 삶으로부터 비켜서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을 때 까지가 인생이라고 누군가 말했듯이 그대로 시인 하고픈 아니 시인할 수밖에 없는 노년엔 여기저기 몸이 아프기 시작하고 이곳저곳 관절이 무너지는 소릴 들어야 하는 삭풍같은 계절을 지나게 된다 두 발로 걸어서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은 남유달리 큰 축복을 받은 사람이 아니겠는가? 맛집 앞에 줄지어선 긴 줄을 보면 보기에도 배부르고 흐뭇하지만 인생 끝자락에서 펼쳐질 긴 생명줄은 저으기 망설여지는 부질없는 걸음일 것을 알기 때문에 매사에 체념을 익혀가며 살고 있는 것..

카테고리 없음 2024.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