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6

황혼의 독백

황혼의 독백 / 자향 누군가의 등에 기대어 이야기하고 싶어 지는 날이 있다 살아온 날보다는 살아갈 날들을 희미하게나마 바라보는 너무 긴 날이 남아 있으면 어쩌나 하면서 삶으로부터 비켜서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을 때 까지가 인생이라고 누군가 말했듯이 그대로 시인 하고픈 아니 시인할 수밖에 없는 노년엔 여기저기 몸이 아프기 시작하고 이곳저곳 관절이 무너지는 소릴 들어야 하는 삭풍같은 계절을 지나게 된다 두 발로 걸어서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은 남유달리 큰 축복을 받은 사람이 아니겠는가? 맛집 앞에 줄지어선 긴 줄을 보면 보기에도 배부르고 흐뭇하지만 인생 끝자락에서 펼쳐질 긴 생명줄은 저으기 망설여지는 부질없는 걸음일 것을 알기 때문에 매사에 체념을 익혀가며 살고 있는 것..

카테고리 없음 2024.04.05

바다를 품고 사는

바다를 품고 사는 / 자향 바다가 그곳에만 있는게 아니고 내 가슴속에도 흐릅니다 깊은 계곡도 그곳에만 있는게 아니고 내가슴속에도 있습니다 깊은물처럼! 깊은계곡처럼! 속깊은 사랑을 이야기 할수있어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겉으로는 잔잔해보이는 물결도 속으로는 높고낮은 굴곡이 숨어있지요 날선 풍상 흔들리는 추위 속에서도 봄매화는 피어납니다 고통하는 그대의 아픔을 바닷속에 가라앉히고 계곡아래 묻어두세요 그리고 잔잔한 물결위로 올라오세요 저~ 떠오르는 아침해가 한없이 찬란 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4.03

봄비 맞으며

봄비 맞으며 / 자향 낮게 가라앉은 하늘에서 빗방울도 가늘게 가랑비가 내린다 우산을 펼칠까 말까 얼굴에와 부딪는 촉감이 그냥 좋다 먼 길 달려와 달뜬 목소리로 내게만 봄이 오고 있다고 전해 주듯 한없이 다정하게 느껴진다 땅갈피 속에서 간질간질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기 위한 준비가 한창인 듯 풀잎들의 기지개 켜는 소리도 요란하다 어느새 봄비 맞은 오솔길엔 어제가 다르게 파릇파릇 풀들이 돋아나고 여인의 경쾌한 옷차림에서도 설레는 봄냄새는 넘실댄다 어김없이 우리 곁을 지나가는 계절의 순환은 작은 오차도 없이 정확히 정해진 시간표대로 지나간다 강한 우주의 생명력이 또다시 새로운 봄의 역사를 힘차게 써내려 가고 있다 연둣빛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작은 풀잎처럼 푸른 꿈을 꿈꾸며 봄에 동화된 마음이 내심 푸르게 걸어본..

카테고리 없음 202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