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맞으며
봄비 맞으며 / 자향 낮게 가라앉은 하늘에서 빗방울도 가늘게 가랑비가 내린다 우산을 펼칠까 말까 얼굴에와 부딪는 촉감이 그냥 좋다 먼 길 달려와 달뜬 목소리로 내게만 봄이 오고 있다고 전해 주듯 한없이 다정하게 느껴진다 땅갈피 속에서 간질간질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기 위한 준비가 한창인 듯 풀잎들의 기지개 켜는 소리도 요란하다 어느새 봄비 맞은 오솔길엔 어제가 다르게 파릇파릇 풀들이 돋아나고 여인의 경쾌한 옷차림에서도 설레는 봄냄새는 넘실댄다 어김없이 우리 곁을 지나가는 계절의 순환은 작은 오차도 없이 정확히 정해진 시간표대로 지나간다 강한 우주의 생명력이 또다시 새로운 봄의 역사를 힘차게 써내려 가고 있다 연둣빛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작은 풀잎처럼 푸른 꿈을 꿈꾸며 봄에 동화된 마음이 내심 푸르게 걸어본..